전시장소(Place) : 봄 1전시실(Bom 1st exhibition room)
전시일정(Period) : 2020.11.19~12.3
참여작가(Artist) : 에이블아트센터 작가 8인
미술의 한 장르 중에 ‘해프닝’이라는 퍼포먼스 예술이 있다. 해프닝은 주제, 소재, 액션의 변화에 따라 형식으로 전개하여 예술과 일상생활과의 경계를 없애려는 특색을 가지고 있다. 화가의 제작 행위 그 자체를 하나의 표현으로 본다는 주장에서 발전한 표현 운동으로 여러 가지 물체와 만남으로써 바로 눈앞에 있는 이벤트를 발생시켜 그것을 직접 체험한다는 연극의 요소를 지니고 있다. 가만히 걸려 있는 액자 속의 그림이 아니라 움직이고 현재를 살아가는 생명체로써의 기존의 예술의 경계를 탈피하고자 하는 해프닝은 예술이 삶의 일부가 아니라 그 자체가 되어버린 에이블아트스쿨의 작가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현대 예술 장르이다. 작가들과 함께 대화를 해보면 아침에 눈을 떠서 센터까지 오는 그 시간 동안 열심히 어떤 그림을 그릴지 생각하고 마음속에 담는다고 한다. 심지어는 꿈을 꾸면서도 그림을 그리는 것 같다. 그런 작가들의 작품은 그들의 모든 삶의 시간들이 함축된 ‘해프닝’이다.
그런데 2020년 우리는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되어버린 시대를 살게 되었다. 마주보고 앉던 자리에는 보이지 않는 벽들이 생겼고 반만 보이는 얼굴과 눈빛으로만 서로를 알아볼 수 있는 낯선 시간을 흘려보내게 되었다. 예수의 탄생으로 나뉘던 세기의 기준은 이유를 알 수 없는 바이러스로 인해 바뀌게 되었고, 단 한사람도 예외 없이 일상이라 불리던 것들에 변화를 적응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세상은 인터넷 서비스를 활용해 비대면 이라는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냄으로 변해버린 현실을 살아내고 있다.
에이블아트스쿨에도 이런 급작스러운 전개는 피해갈 수 없었다. 그러나 한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어렵거나 인터넷 서비스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없는 우리 작가들은 영문도 모른 채 세상으로 나가는 문 앞에 서성일 수밖에 없었다. 에이블아트스쿨의 작가들은 생각하고 하고 싶은 모든 일들을 스스로 해낼 수 없기에 현업에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강사들과 함께 작업을 진행한다. 힘을 쓰거나 위험한 일들을 포함해 스스로 할 수 없는 일들을 제외하고 작업의 주제를 잡고 작품을 채워나가는 색감을 선택하고 그려나가는 일들은 최대한 작가들이 스스로 진행할 수 있도록 강사들은 작지만 큰일들을 함께 한다. 작가들이 강사들의 도움 없이 철저하게 혼자 그림을 그려내야 하는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의 상황들은 작업을 이어나가는 데에 어려움을 줄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에이블아트센터에서는 긴급 키트라는 명목으로 작가들에게 코로나 방학의 숙제를 주었다. 모든 작가들이 이 숙제를 할 수 있는 상황과 여건들이 허락되지는 않았지만 작가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다음 작업을 위한 계획들을 세워나가고 준비태세를 갖추게 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되어 조금씩 거리를 두고 앉아 다시 수업을 재개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작가들은 준비해왔던 모든 것들을 펼쳐나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코로나 때문에’라는 말을 많이 하게 되었지만 ‘코로나 덕분에’ 너무 당연해서 모르고 있었던 시간들을 우리는 그리워하는 선물을 받았다. 미술을 하는 사람들에게 공간의 제약은 몹시 크게 다가온다. 마음껏 물감을 뿌릴 수 있는 공간, 모든 재료를 사용할 수 있는 공간, 내가 생각하는 것들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공간으로 에이블아트스쿨은 작가들에게 모든 것이 가능해지는 공간의 역할을 하고 있다.
에이블아트스쿨의 강사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들 중 하나는 작가들에게 ‘안된다’는 말을 많이 하게 되는 모습을 발견할 때이다. 미술은 가장 자유롭고 모든 예술적 허용이 느껴지는 수단이지만 사회적으로 가로막고 있는 윤리적 잣대와 기준들에 맞서 갈등하고 있기도 하다. 에이블아트스쿨의 작가들이 작업 활동을 하는 데에 있어서도 이 갈등을 피할 수 없을 때가 있다. 성인 남성의 몸을 가지고 있기에 본능적으로 나타나는 성적 욕구를 적나라하게 표현하지 못하거나 폭력적이고 잔인한 장면을 그리고 싶을 때 수학이나 음악의 악보처럼 정답이 없는 미술 안에서는 늘 내적 갈등이 일어난다. 작가들은 ‘안 된다’는 말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다른 이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하면 안 된다는 착한 양심으로 자제할 때도 있다. 다행히도 에이블아트스쿨 작가들은 그림을 그리는 그 순간이 행복하기를 원하고 본인이 그려내는 그림으로 인해 다른 이들이 평온하고 행복해지기를 바란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작가들의 모습을 통해서 알게 된 자유란 이기적으로 날뛰는 야생마와 같은 것이 아니라 서로의 범위 안에서 가능한 개성과 개인의 의사를 존중하여 상호적으로 자유를 허용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에이블아트스쿨의 수업은 작가들에게 모든 것이 가능한 시간이다.
이번 전시가 진행되는 예술공간 봄은 예술공간 봄 건물은 1980년에 지어져 방앗간, 오락실, 건설사무소, 가정집으로 쓰였다. 기존의 갤러리의 형태와는 다른 포근한 매력이 있는 공간이다. 매일을 살아가면서 그림을 그리고 자신들의 생각을 펼쳐 내는 이 곳에서의 시간들을 예술공간 봄에 잠시 머무를 수 있도록 하게 되었다. 딱딱한 화이트 큐브가 아닌 우리가 살고 있는 집 같은 이 공간에서 작가들이 펼쳐내는 개개인의 시간들을 통해 작가들이 이야기하는 모든 것이 가능한 시간, 누구도 예외 없이 모두가 가능한 시간 속에 머물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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